그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계곡 물을 거슬러 오르듯 기억의 잔재를 조금씩 훑어본다.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 낡은 기억.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털어내고 펼치듯이,
그동안의 기억을 다시금 되돌아보고자 한다.
2008년 5월 6일. 맑은 날씨였다.
그 동안의 5월이 어떠하였는지는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그저 입대하는 날로서의 5월 6일은. 상당히 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금 덥다 싶으면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려 더위를 피했던 나날들이 어쩌면 나를 나약하게 만든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보충대에 들어가 신병교육대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시간.
그곳에서 나를 비롯한 약 3천명의 사람들은 조마조마하는 심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담배를 걷지만, 몰래 갖고 들어와 피는 녀석들.
화장실에서 벌써부터 우는 녀석들. 밥 한 끼 못먹었다고 옹알대는 녀석들.
입대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별의별 녀석들을 다 보았다고 생각했다.
사흘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하면.
갖고 온 짐들을, 정말 필요한 것들 외에는 집으로 모조리 싸서 보냈다.
빳빳한 새 전투복을 받아 입고, 전투모...(빵모라 부르는 조잡한 모자였지만)도 받고, 비록 실밥달린 보급화라지만 전투화도 받아서 신었다.
고무링이라는 것이 있는줄 몰랐던 우리들로서는 전투와 안에 전투복 하의를 우겨넣는 추태도 부렸다.
밖에서 대충 본 건 있어가지고 그런 말도 흉내를 냈던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좍 내려서 입는 것이 병장되기 전까지 대놓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아쉬운 마음도 든다.
라고는 해도 지금의 나 역시 며칠 남지 않았으니 그리 아쉬운 것만 같지도 않다.
어찌되었든, 나는 보충대에서 결정된 것으로는 20사단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분류가 나고 얼마지 않아 신교대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신병교육대는 민간인을 군인으로 변화시키는 일련의 교육과정을 담은 장소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병역을 기피하지 않고 당당히 현역으로 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정신교육이 고됬고, 오열을 잘 맞추질 못해 기합도 받고, 힘든 훈련들이었지만.
더군다나 가스실에서 먹은 가스는 아직까지도 잊질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되돌아보면. 내 군생활 기간 중 가장 정신적으로 그리운 때가 아닌가 싶다.
분명히, 성장은 했다.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매일같이 놀기 바빴던 나.
군대에 오기 한 두달 전에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고 소설쓰기에 빠져 게임하던 것보다 더 미친듯이 소설을 썼던 나.
지금에 와서는 일본어 공부까지 하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노라면.
군대에서 지금껏 겪었던 일들이 그저 시간을 버리기만은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째 조금씩 감상적이 되어가는 것은, 음악을 이런 것을 틀어놔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신교대, 힘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신교대에서는 몇몇가지 필수품들이 있다.
몇 개 나열해볼까. 군대 갈 때 필요한 것들이다. 특히 신교대에서 말이지.
1. 라이트펜.
말그대로 라이트펜이다. 가볍다는 의미가 아니라, 후레시 기능이 달려있는 것을 말한다.
불빛 종류는 노란색과 백색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백색이 보통 빛이 강해서 추천한다.
혹시라도 야밤에 몰래 편지라도 쓰고 싶다면 노란색도 괜찮다. 빛이 약해서 모포 덮고 자는척 하면서 쓰면 모르거든.
2. 비타민제.
군대에서는 과일 구경하기 힘들다. 자연히 비타민 부족에 따른 야맹증이라던가 손발이 트거나 하는 일이 잦다.
거친 훈련을 마치고 와서 하나 먹어주면 괜찮다. 달달한 것을 더 가져와도 좋겠지.
3. 핸드크림 & 로션
지금까지 손을 아꼈는가?
군대에서는 손을 아낄 수 없게 될 거다. 보충대에서부터 혹은 논산훈련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전투화 착용으로 인하여 당신에게는 이등병의 손이라는, 검지의 두번째 마디에 분명한 흔적이 남을테니까 말이다. 굳은 살이 배기는 건지, 하여간 때가 껴서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다. 딱딱해서 느낌이 이상하기도 하고, 날씨 좀 추워지면 갈라져서 피나고 아플거다.
겨울에 입대하는 사람이라면 핸드크림이나 로션도 반드시 챙겨가길 바란다. 물론... 입대하고 살 수 있는 기간도 있긴 하지만,
그런거 종류 하나씩 밖에 없으니 자신에게 맞는 것을 챙겨가는 것이 좋겠지.
...당연한 소리겠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들은 전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좋을거다.
4. 전자시계
핸드폰 시계기능 덕에 몇 년동안이나 쓰지 않았던 물건이지만, 군대에서는 이것만큼 필요한 물건도 드물다.
신교대에서 시간 가는 것 볼때도 그렇고, 자대 배치 받은 후에도 근무 나갈 시간이라던가 볼 때 반드시 필요.
뭔가 주특기 시간 잴 때도 스톱워치 기능이 있어서 별 다섯개 짜리 추천물품이다.
...아니, 사실 이런 것을 쓰려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그저, 군대 가기 전이라면 한 가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군대는 뭔가를 배우러 가는 곳이 아니라, 뭔가를 배울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우러 가는 곳이다.
솔직히 말해서 군에서 배우는 사람 죽이는 기술을 사회에서 쓸 일은 없다. 아니, 적어도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맞는 거겠지.
그러니, 군대에서 배운 예절과 정신을 바탕으로 당신의 미래가 더욱 아름답게 가꿔지길 바라며, 혹은 그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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